펀드공시/서비스
AI 3대 강국 만든다더니… 지방 더 챙겨주려고 ‘AI 스타트업 펀드’ 예산 삭감한 정부
조선비즈 2025/07/04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만들겠다고 했던 이재명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 닥치자, 관련 펀드부터 손을 댔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어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방식이 바뀌면서 재원이 필요해지자 AI 펀드 예산을 줄인 것이다. 정부는 민간 투자가 원활하지 않을 것을 고려한 선제적 조치라고 해명했다.4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5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이 의결·확정됐는데, 여기엔 AI·딥테크 펀드를 1000억원 감액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15만~52만원어치를 전 국민에게 지급하려는 과정에서 당초 예상보다 1조9000억원이 더 필요해진 탓이다.당초 정부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발행하면서 서울은 70%, 그 외 지역엔 80%만 국비로 지원하려고 했다. 나머지 재원은 지방자치단체가 알아서 충당하라는 뜻이었다. 재정 여력이 낮은 지자체는 물론 재정자립도가 높은 서울에서도 자금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국회가 이 비율을 서울 75%, 그 외 지역 90%로 상향했다. 또 인구감소지역 주민에게 추가 2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던 안은, 비수도권 3만원·인구감소지역 5만원으로 지급 금액이 확대됐다.이 같은 국회 논의 과정을 거치면서 중앙정부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에만 1조9000억원을 더 쓰게 됐다. 이 외에도 신산업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영유아 보육료 지원금액을 5% 인상하는 안이 추가됐고, 추경 규모는 정부안(30조5000억원)보다 2조4000억원 더 늘어났다.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정부는 여러 사업에 배정했던 예산을 깎았는데,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건 AI·딥테크 펀드다. AI·딥테크 스타트업 펀드는 초기 창업 기업에 투자하는 AI·딥테크 ‘스타트업’ 펀드와 유망기업에 자금을 지원해 유니콘으로 도약시키려는 AI·딥테크 ‘스케일업’ 펀드로 나뉘는데 두 펀드 모두 감액됐다. 차례로 2400억원, 1600억원이던 두 펀드의 규모는 이번 조치로 500억원씩 줄었다.두 펀드는 모두 모태펀드다. 민간 법인들이 투자하면 그에 비례해서 정부도 자금을 붓는 구조다. 중기부는 추경안이 확정되는 대로 AI·딥테크 펀드의 투자 대상, 즉 펀드 자금을 받을 스타트업 기준을 선정할 계획인데 예산이 감소하면서 대상과 규모를 기존보다 줄일 수밖에 없게 됐다.늘어난 AI 예산도 있다. 정부는 이번 추경에서 글로벌 주도권 확보를 위해 피지컬 AI 선도모델 설계와 실증을 하겠다며 426억원의 예산을 추가 배정했다.정부 관계자는 “하반기에 민간 기업의 투자 여력을 감안해 예산을 감액했다”고 설명했다. 민간 기업들의 투자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정부의 모태펀드 집행 역시 줄어드니 관련 예산을 자체적으로 깎았다는 뜻이다. AI·딥테크 펀드는 이번에 처음 조성되는 펀드다.AI·딥테크 펀드 외에도 정부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서 74억원을 감액하는 등 기존 사업에서 총 1조1000억원을 줄이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예산이 삭감된 나머지 사업들은 1000억원 이하”라며 “중소기업 관련 모태펀드 삭감 규모가 컸다”라고 설명했다.추경에 필요한 나머지 1조3000억원(2조4000억-1조1000억원)은 추가 국채 발행으로 조달하기로 했다. 나랏빚인 국채 발행이 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는 ?4.2%, 국가채무는 49.1%로 늘어나게 됐다.
세종=문수빈 기자 bean@chosunbiz.com
Copyrights ⓒ ChosunBiz.com